2024. 11. 6. 17:22ㆍ일상/후기
입동을 하루 앞 둔 수요일 오전 10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였는데, 바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정동길의 건축물들을 역사적 의미와 함께 설명해주는 투어를 위해서였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몰랐는데, 함께 가자고 해준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

간만에 쉬기 위한 평일 연차인데, 바람이 많이 불긴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라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시립미술관 앞의 진실의 입!ㅎㅎㅎ 해설사님께서 설명해주시기를, 요즘 예술작품은 단순히 어떤 공간에 전시되어 보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까지 고려한다고 한다.
저 전시작품도 미술관 외에 전시되어 사람들이 로마의 진실의 입을 떠올리게 하여 진실의 입에서 처럼 입에다가 손을 넣어보는 체험을 하게끔 한다고! 미술관 로비에도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작품이라고 설명듣지 못했다면 뭐지? 싶었을)들이 전시되어 있어 재밌었다.
투어는 10시 출석체크, 수신기와 이어폰 배부 후 시작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을 어릴 때부터 다녔었는데도 이 건물이 무슨 건물인지 전혀 관심없이 다니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알게 되었다. 여기는 구 대법원 건물이었다는 사실을.
직업적으로도 알고 있으면 좋은 상식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게도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이 사대문 안에 있었을 텐데, 강남의 법원이 너무 익숙하여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일제강점기에도 재판소 비슷한 건물로 사용되고 주욱 그와 같은 용도로 사용된 건물이다 보니 격변의 근현대사를 생각해보면, 여기서 좋은 판결이 많이 나왔을지는...
그래서 1995년 강남으로 법원이 이사가고 이 건물은 서울시립미술관, 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처럼 현재 이 건물을 보고 법원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이 없게 되었다. 익숙한 건물에 이야기가 덧붙여지니 새롭게 보인다. 이 투어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익숙한 장소를 새롭게 보게되는 마법! 아는 만큼 보이니까. 서울 시내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니 더욱 더 말이다.
다음으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아펜젤러 기념공원-정동제일교회-덕수궁 서측 돌담길-돈덕전(외부)-고종의 길(구 선전원터)-구 러시아공사관 등 공사관터(정동공원)-이화확당-중명전 이렇게 돌아봤다

배재학당은 아펜젤러 라는 선교사가 세운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이다. 잘 몰랐던 분인데, 이번에 알게되서 다행이다. 처음 의도야 선교였다지만, 그 과거에 극동 미지의 나라로 젊은 나이에 와서 평생을 바쳐 교육에 헌신하였고, 한국 여학생을 구하려다 돌아가셨다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런 분을 알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안쪽에 아펜젤러에 대한 설명과 배재학당의 교실, 교가, 마크, 교과서, 배출한 인물들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바로 이승만. 해설사님이 어떤 인물에 대한 가치판단없이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만 해주시고, 각자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윤치호, 변절자. 물지 못할 거면 짖지도 말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었던 작자. 저 이야기 익숙하다 했더만, 암살 이정재 역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가 보다. ㅉㅉ
배재학당의 마크는 현재 연세대 마크와 비슷한데,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세운 선교사와 아펜젤러가 친구친구라서 자신들의 고향 학교의 마크와 비슷한 모양의 것을 학교 마크로 삼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가난한 학생을 내쫓지 않고, 교과서 등 인쇄 일을 시켜 교육을 계속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훌륭한 일화를 많이 들었다. 일본이 지금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 눈치를 많이 봐서 외국인이 운영하는 이 학교에서도 함부로 굴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는 점까지 포함하면 정말 훌륭한 교육기관이 아닐 수 없다.
휙 지나쳐갔던 정동길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신나고 재밌었다. 잊지 않으려고 빠르게 적어두고 있는데... 일단 여기까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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