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9. 16:02ㆍ여행/해외여행
몇시간이나 잤을까.
어제 6시 반에 일어나서 7시에 밥먹고 8시에는 숙소를 나가야 한다고 했는데. 확실한건 피곤을 모두 물릴칠 만큼 푹 자지는 못했다는 거다. 눈이 떠졌고, 알람으로 다들 눈 뜰 때까지 핸드폰으로 정보를 검색했다.
이쯤부터 부모님이 내 생각만큼의 속도로 움직이지 못하신다는걸 깨달았다. 어제 뭐가 저렇게 느리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피곤에 지쳐 생각을 멈추었던 것이 ’왜‘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걸 깨달았다. 부모님의 나이. 식구들이 다같이 부대끼며 살 때, 부모님이 4,50대였고, 내가 한창 공부한다고 떠나있을때, 그리고 일한다고 떠난 지금. 부모님 역시 나이가 들고 계셨던 거다. 8년 전 부모님 모시고 간 베트남 여행 때. 부모님이 이제 나이가 드셨구나하고 느끼긴했지만, 세월이 흔적이 새겨진 모습때문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행동에서 느껴지는거다. 세월이. 누가봐도 이제는 노인이신거다. 이때부터 부모님을 의식해서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음걸이도 뭔가 다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심지어 나 자신도 세월을 정통으로 느끼고 있었으면서, 부모님께 온 세월을 확인하는 건 왜 이렇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가.
내가 정한 시간보다 조금씩 늦게 일정은 계획대로 흘러갔다. 우선 호텔 주차비가 너무 비싸니, 밥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이후 짐을 맡겨두고 차를 렌트한다. 이후 간단히 장을 보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싣고 출발하는 일정이다. 미국은 투숙객에게도 주차비를 받아서 이런 계획을 하게 되었다. 흑흑 역시 자본주의의 끝판왕.
이 호텔 조식이 괜찮다는 평이 있었는데, 그대로다. 딱 적당한 조식. 양만큼 챙겨먹고, 올라와 짐을 싸고 체크아웃 후 짐을 맡겼다.
허츠 렌트카사무실을 도보로 10분 이내에 있었다. 영업소 오픈시간에 맞춰 8시30분에 예약을 했고, 도착한 시간은 8시 40분정도 였다. 상담하는 사람들 외에 한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보다보니 직원 중 한 분이 한국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당연히 그분에게 렌트카 픽업을 받기 위해 한 차례 자리를 양보했다. 기다리다 보니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내 예약시간보다 많이 늦었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빨리 온건 다행한 일이다. 예약내용은 대부분 한국에서 정하고 온터라 내용 확인받고, 궁금한 점 물어보고, 아빠를 추가운전자로 등록하고 차를 받았다. 긴급서비스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한 제안이 들어와서 순간 고민이 되었지만 우선은 거절했다. 우리에게 배정된 차는 포드 뷰익이었다. 산타페랑 둘 중 고를 수 있게 해주셨는데, 잠시 고민하자, 미국에 왔으니 미국 차 몰아보라면서 뷰익을 주셨다. 센스 좋으신 분! 포드 뷰익은 처음 보는 차라 좀 설랬다. 보험은 풀보장이고 연료까지 보장되는 거라 맘 편히 운전하면 될 거같다! 차 상태 매우 양호하고 얼마 되지 않은 차인지 엄청 깨끗했다. 좋은 시작이다.
당연히 베테랑인 아빠가 운전대를 잡았다. 사실 추가 운전자는 나다ㅎㅎㅎ 메인은 아빠! 아빠한테 운전을 배워서 나도 운전은 상당히 점잖은 편이다. 물론 상황이 뒤따라 주지 않을 때는 급발진도 급브레이크도 한다. 나는 아직 상당히 미숙한 운전자기에. 내가 표지판 이나 길 안내, 해석 등 보조 역할을 하고 아빠가 운전을 하여 우선은 장을 보러 갔다. 근데 처음부터 주차장에서 내려가는 길을 못찾아서 헤맸다. 미국은 가운데에 내려가는 길을 만들어놓는다. 신기해라. 아빠는 이런 주차장을 이케아에서 봤다고 했다. 외국은 이런식으로 주차장을 만드나 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주차장 끝에 만들지 않나?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까운 트레이더조로 장을 보러갔다. 트레이더조는 미국 식료품 할인매장인가보다. 가성비로 이미 후기에 많이 등장하는 곳이라서 나도 꼭 가보고 싶었다. 확실히 할로윈을 앞두어서인지 색색별 예쁘고 크기가 제각각인 호박들을 많이 팔았다. 호박의 때깔과 크기에 감탄하며 천천히 둘러봤다. 후기에서 보던 과자 등을 실물로 보며 신기해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골랐다. 물, 요거트와 샐러드를 사고, 초코프레첼과 와인 한병을 샀다. 아빠는 맥주를 샀다. 트레이더조의 대표 기념품인 에코백을 사서 그 안에 장 본 걸 넣고 화장실을 들른 후 호텔로 향했다. 여행 중엔 화장실이 진짜 큰 문제다. 나는 사실 여행중엔 물을 잘 마시지 않는데, 화장실 문제때문도 있다. 근데 이걸 권할 수는 없는 노릇아니겠나. 결국 가능할 때마다 화장실을 꼭! 가야 한다. 우리나와 달리 공공화장실이 어디쯤 있을지 예측이 되지 않아서 더 그렇다. 여행 중 본 바로는 마트, 패스트푸드점, 도서관 등 공공시설 등은 화장실을 갖추고 있는듯했다.
우리나라와 같은듯 다른 도로에 적응하면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싣고 본격적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미국은 거리 단위도 우리와 달라서 참 적응해야 할 것이 많았다. 도로 체계도, 도로에서 출구가 이어지는 형태라 직관적이면서도 주요도로에서 가지치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와 달라 이후 나는 꽤 애를 먹게 된다. 어쨌든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흐린 하늘을 뒤로 하고 요세미티로 출발했다. 미국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와 같이 홀수는 위아래로, 짝수는 횡으로 이어진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알고 이걸 알고 있으면 내 위치가 어디쯤일지 예상할 수 있는거같다. 적어도 맞는 방향인지 정도는.
내가 본 도로 주변 미국의 산들은 대체로 나무가 없고, 가을이라서인지 누렇고 짧은 풀만 가득한 형태로, 처음에는 이쪽에 산불이 많이 나서 다 탄건가 하는 걱정을 했었다. 지금도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겨울을 제외하면 항상 풍성한 우리나라 산들을 보며 자라서인지 그 풍경이 너무 낯설었다. 넓은 도로에 가득찬 제 각각인 차들. 차 형태가 다양해서 재밌기도 하고, 큰 차가 옆에 붙으면 무섭기도 하고. 이날부터 시작한 약 10일간의 로드트립은 이처럼 다양한 얼굴로 나를 즐겁게 하였다. 물론 100km넘게 일직선으로 뻗은 길은 내게 졸음과 과속도 선사하였지만. 정말 커다랗고 커다란 나라이다. 나도 꽤 많은 나라를 다녔는데 땅덩이의 거대함을 느낀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운전을 해서 그런걸까?
한참을 가도 우리나라와 같은 휴게소는 없었다. 뭘까 하며 주변을 열심히 보니 출구라고 표지판에 주유소나 음식점 표시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 저것이 휴게소일것이라고 생각하고 몇번의 출구를 지나친 끝에 결국 정차하여 운전자를 바꾸었다. 버거킹이 있었는데 나는 괜히 쫄아서 계속 맘편히 있지 못하고 차를 지켜보았다. 미국 서부에서 차 부시고 털어간다는 흉흉한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걱정인형인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한잔도 못마신거같아서 뭐라도 먹을 생각에 메뉴를 살폈는데 잘 모르겠어서 걍 아메리카노 달라니까 없단다. 그래서 뭐있냐니까 바닐라라떼 있다고 해서 그거 달라고 했다. 근데 그럴거면 그냥 커피만 타서 주면 되는거 아닌가? 아무튼 이때부터 내 첫 운전이 시작되었다. 이날 실은 많이 쫄아있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넘어가는 시기기도 해서 길은 2차선으로 바뀌고 주변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두분은 곤하신지 주무시고 나홀로 운전해야 하니 더 쫄아있기도 했다. 차도 내 작고 귀여운 미니랑 너무 다르고-운전대가 무거운건 같다ㅎㅎㅎ 그렇게 시골길을 한참 운전해서 요세미티 자락에 도착했다. 흐렸던 샌프란시스코와 다르게 하늘이 파랗고 예뻤다. 구름도 알맞은 부피감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요세미티 자락에 들어서니 도로 곳곳에 잠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쁜 풍경을 즐기고, 함부로 갓길에 정차하지 말라는 안전과 배려가 스며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배려에 이끌려 요세미티 산세를 감상하며 깊숙히 들어갔다. 앞쪽에서 미국 국립공원 애뉴얼 패스를 구입하고, 활기판 인사를 받으며 안쪽으로 향했고, 거대한 엘피탄을 눈 앞에 두자 이게 뭔지 생각하기도 전에 내려서 그 거대하 자태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구글로 확인해보니 이 거대한 바위는 과연 엘 캐피탄이었다. 생각보다 이르게 왔으니 내일 아침 가려고 했던 글래시어 포인트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산길이라 아빠가 운전대를 잡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이고 난간도 없어 나는 무리다. 몇몇 뷰포인트들을 들러 감상하였고, 해가 지기 시작 하기 전 글래시어 포인트에 도착했다. 요세미티 갈지 말지 고민했는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자연 그 자체였다. 하프돔도 예쁘고 브라이덜폭포도 좋았다. 그 모든 자연풍경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글래시어 포인트에서 엄마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다가 어마가 하프돔을 드는 것같이 손을 올려보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을 옆에서 보던 젊은 친구가 그거 멋진데? 하면서 엄지를 올려주었다ㅎㅎㅎㅎ 난 또 기분이 좋아서 고마워. 라고 하자, 그 친구가 나도 그렇게 찍어야겠어. 하길래 물론이지 하고 화답해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친구가 폰을 내게 건내주는 것이 아닌가. 넉살이 좋은 친구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는 그 자리를 떠나는데 뒤에서 그 친구가 자기 친구들에게 똑같이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걸 보고 엄마와 함께 웃음이 터졌다. 좋은 풍경에 좋은 에피소드를 남겨준 넉살좋은 친구에게 감사를.

잘하면 터널뷰에서 일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도로가 하나이고 앞 차가 밀리면 모두가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진짜 딱 일몰 시간에 도착했다. 그러나 터널을 통과하면서 요세미티의 해지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전율이 돋았다. 지는 해의 붉은 빛에 물든 요세미티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둘러 감상하고 드디어 요세미티 내 롯지, 커리빌리지로 입성한다. 이제 해가 져서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가로등을 거의 해놓지 않아서-아마 자연 환경보호 차원이겠지만, 진짜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 초행길이고 일방통행이라 한번 놓치면 구글은 아주 긴 우회도로를 알려준다. 이걸 왜 알았냐면 한번 들어가는 길을 놓쳤기 때문이지ㅎㅎㅎㅎㅎ 일요일 밤인데도 묶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차공간이 많이 없었다. 어찌저찌 주차를 하고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기 전에 저녁으로 하프돔 피자를 먹기로 했다. 나같은 걱정쟁이는 지정된 곳에 세워지지 않고 아직 주차증을 놓지 않은 우리 차가 너무 걱정되었지만-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그로부터 2,3일쯤 뒤 연방정부 셧다운되었는데, 주말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주차를 확인할 직원은 없었을 거같긴하다, 그치만 난 걱정인형이라서 이건 습관같은 걱정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너무 피곤했지만, 숙소에서는 취식 금지라서 어쩔 수 없었다. 씻고 다시 나오긴 싫으니까. 사람이 많은데 불빛이 없어 어둠속에 사람들 그림자와 목소리만 들렸다. 자리가 없어서 숙소 라운지에 자리를 잡고 피자를 기다렸다. 역시 사람이 많아서 오래 기다렸다. 콜라를 미리 받았는데, 나는 탄산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아빠 드렸는데 콜라 맛이 이상함을 깨닫고 컴플레인을 걸러가셨다. 영어도 안통하는데 우리 아빠는 정말 대단하다. 어쨌든 컴플레인에 성공했고, 그 이상한 콜라 대신 다른 콜라를 얻어왔다! 언어는 정말 기세다!!
하프돔피자는 맛있었다. 꿀때문에 달달하고 짜고. 아주 자극적인 맛의 피자였다. 잘 먹고 배정된 숙소로 갔다. 너무 어두운터라 주차장 확인이 어려워서 내려서 확인을 해보니 우리가 주차한 곳보다 안쪽에 주차장이 있어서 바로 이동했다. 롯지다 보니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기는 어렵다. 흙바닥이기 때문이다. 캐빈을 예약해서 다행히 안쪽에 욕실이 갖춰져 있었다. 처음 예약할 때는 캐빈이 없어서 텐트를 예약했는데 몇 번씩 확인한 보람이 있었다. 이 캐빈은 두 개 실이 연결된 형태인가 보다. 중간에 문이 있어서 뭐지 하고 열려는 시도를 했는데, 사람이 있다는 신호를 받았다. 늦은 저녁이라 놀라셨을듯. 사과는 했지만, 죄송한 일이다.
그렇게 짐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핸드폰이 없다고 했다. 순간 머리가 정지되었지만 다시 다같이 짐을 찾아보았는데 없었다. 차에 있나 싶어서 차에도 가보고, 이전에 주차한 자리도 가보았으나 없었다. 같은 자리를 계속 왔다갔다 하며 찾았으나 없었다. 결국 분실을 인정하고 한국에 전화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다행히 한국은 월요일 점심때였다. 요세미티는 산이라 데이터도 통신도 잘 안터지는데, 유일하게 아까 있었던 라운지에는 와이파이가 잡힌다. 엄마와 함께 라운지에 도착했다. 10시가 넘어 라운지 문은 닫혀있었지만 다행히 와이파이는 그대로였다. 앉아서 와이파이로 동생에게 보이스톡을 해서 엄마 핸드폰 발신을 정지시키는데, 갑자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핸드폰을 찾았다는 거다. 실감은 안나지만 다행이었다. 동생한테 전화해서 다시 연락해달라고 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 뒤 숙소로 향했다. 전에 산 트레이더 조 에코백 앞주머니에 있었다고 한다. 그 안쪽만 뒤졌으니 나올리가 없지. 아빠도 가방을 들고 터니까 그제서야 발견했다고 했다. 이렇게 한 밤의 서프라이즈가 종결되었다.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씻고 잘 준비를 했다. 많이 놀랐지만 피곤해서인지 감정 기복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하루였다. 씻고 나왔는데 뭔가 아쉬워서 폰을 들고 밖을 서성였다. 별을 못봤다. 내 일정 중 이제 계속 달이 커져가는 시기라 오늘이 아니면 별은 보기 어려웠다. 유심히 보면 별이 꽤 많이 보였다. 샤워한 엄마에게도 말해서 같이 얼마간 밖을 서성였다. 잠깐이지만 별을 보니 좋았다. 내 체력상 이만 하루에 작별을 고해야하는게 아쉬웠다. 내일은 갈 길이 머니까.

사용경비
호텔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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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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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애뉴얼 패스
하프돔피자
요세미티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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